중학생 34% "장래희망 없어요"… 학부모 75% "진로상담 받은 적 없다"

 

[청소년 진로교육, 꿈을 Job자!]

입시 위주 공교육 체제

진로 고민할 시간 없어 한국일보 | 김혜영기자 | 입력 2012.05.09 02:39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어. 그게 어떤 일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모씨는 자녀에게 장래 희망을 물을 때마다 번번이 이런 답을 되받는다. 아이의 적성에 맞을 것 같은 직업을 이야기해 봐도 아이는 막연해서 모르겠다는 반응뿐이다. 영어를 잘 하는 아이에게 "외국어고를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도 딸은 "외고를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할 뿐이다.

 

진로와 관련된 모든 질문에 '몰라'를 연발하는 것이 비단 김씨 자녀만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진로교육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장래희망이 아예 '없다'고 답한 학생 비율이 중학생 34.4%, 고등학생 32.3%에 달했다. 진학하려는 고등학교 계열을 결정한 이유로 '원하는 장래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분명한 목적을 밝힌 중학생은 10.6%에 그쳤고, 대부분은 ♥ 특별한 이유 없음(29.2%) ♥성적에 따라(19.2%) ♥원하는 대학을 가려고(15%) 등을 택했다.

입시ㆍ진학지도 위주의 공교육 체제에서 우리나라의 중학생들은 자신의 장래에 대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고입, 대입 등 고비마다 치열한 경쟁이 버티고 있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데다, 공교육에서도 이 고민을 나누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별로 재량수업 시간에 직업의 종류 소개, 직장인 선배와의 만남 등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강당식 교육에 그쳐 개인에게 특화된 정보를 얻으려면 결국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찾아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이를 개선하겠다며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부터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010년에는 “직업체험 프로그램 확대” 매뉴얼 개발 보급 등을 골자로 한 '진로교육 종합계획'도 발표했지만 학교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미약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부모 2,613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교 등으로부터 자녀의 진로적성검사 결과와 활용법'정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5.5%가 없다고 답했다. “자녀의 진로탐색을 위한 기초 정보” 자녀의 진로계획을 위한 상담서비스도 받은 적이 없다는 학부모가 각각 68.3%, 74.9%였다. 2010년 전국 초중고 학부모 55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학부모들은 학교가 현재보다 더 중시해야 할 교육 내용으로 진로교육(50.2%·복수응답)을 1위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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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탐색을 미루기만 하는 청소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방황에 빠지기 십상이다. 노경란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학생들의 경우 고입, 대입에 치여 진로고민을 미뤄뒀다 입시 점수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졸 취업자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일찍 진로를 결정한 학생일수록 취업성공확률이 높았다"며 "어릴 때부터 분명하게 자신이 추구할 인재상을 확립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봉환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한국진로교육학회장)는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 공부 때문에 미래를 성찰할 시간을 뺏기는 상황"이라며 "교사들이 진로고민에 대한 자극과 정보를 주는 공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